skkusoa 인터뷰 시리즈 < skkusoa X ( ) >

<intro>

성균 건축 선배님들을 인터뷰하는 <skkusoa X ( )>의 마지막 인터뷰이로 선랩건축사사무소의 현승헌 선배님을 모셨습니다. 선랩건축사사무소는 건축사 사무소이자 사회적 기업으로 노후 주거환경, 사회 소외계층의 주거 문제에 집중합니다. 고시원을 공유주거로 재구성한 쉐어어스 프로젝트(에벤에셀/거성/청광/신림) 등을 통해 2024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지역 사회 구성원과 협력을 통한 지역의 자원 순환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과거’ 선배님의 학부 시절에서 시작하여 ‘현재’ 건축가이자 스튜디오 지도자로서 작업과 생각, ‘미래’의 계획까지 다루고자 합니다. 선랩건축사사무소의 대표 프로젝트인 ‘쉐어어스’에 대한 스토리도 들어보겠습니다.

현승헌 선배님





<1부: 과거>

soa : 선배님은 건축학도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현승헌 : 공부를 못했어요. 안 한 건 아닌데, 해도 성적이 잘 안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설계만큼은 항상 열심히 했습니다. 설계 스튜디오는 A, A+도 많이 받았고, 공모전에서 입상도 했었어요. 저는 작업실 예람 출신이었는데, 밤새워 고민하고 모형 만들고 스케치하는 과정들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거의 안 하다가, 우연히 건축 잡지를 보고 흥미를 느끼면서 건축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건축이었지만,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 즐거워서 2,3학년 때는 정말 성실하게 작업에 매달렸어요.




soa : 그렇다면, 어느 포인트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을 재미있게 하다가 점점 ‘이게 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단순히 재미있는 것 만으로 충분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즈음에 집짓기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3학년 때 처음 참여했는데, 현장에서 시멘트도 직접 비비고, 나무를 자르고, 석축을 쌓으면서 몸으로 건축을 경험했죠. 그게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건축이 어떻게 물성을 가지고 만들어지는가’를 온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도, 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너지가 대단했습니다. 작업은 주로 간단한 목공이나 자재 나르고 시멘트를 비비는 일이었어요. 작업 현장에 레미콘 차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학생들이 시멘트를 비볐어요. 그래서 계속 비비다가 힘들면 술도 먹고, 뭐 그런 재미들이 있었죠.

우리가 학교에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도면에 그리는 선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표현되는가. 현장에서 그것들이 구현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건축은 물성을 다루는 작업이다 보니까, 실제로 만들어지는 재료를 만지는 느낌들이 굉장히 재미있었죠.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장감 있게 작업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결과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건축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 후 졸업을 해서 건축사 사무소에 취직했는데, 건축 작업이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건물을 지을 수 있잖아요. 이게 만들어질 이유가 필요하고, 필요에 의해 자본이 투입되고,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적인 사회구조 안에서 작동되는 기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본이라는 것에 종속돼서 작업이 될 수 밖에 없죠. 결국에는 사무소에서 하던 작업들이 원래 내가 생각한 것처럼, 건축가의 의도와 건물의 의미들이 현장감 있게 연결된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 사무소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병행했던 집 수리 봉사 활동의 작업과 실무에서의 작업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건축은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건축은 돈을 받고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실무와 현장 사이에서 사람을 찾아낸 경험이 지금까지도 제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soa : 결국 학부시절부터의 수많은 고민들이 쌓여오면서 지금의 선랩이 만들어진 것이군요.

soa : 그렇다면 학부생 시절 진행하셨던 설계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으신가요?

현승헌 : 3학년 때 했던 공동주택 설계가 기억나요. 당시 설계 스튜디오의 주제와 사이트가 모두 자유였어요. 공교롭게도 당시 하숙집에 살고 있었는데, 하숙집에서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풀어갔어요. 왜냐면 저는 제 고민이 어떻게든 삶에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건물에 8세대씩, 단지형 주택처럼 계획했던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과물이야 지금 보면 오그라들겠지만 내용적으로는 의미가 컸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작업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쉐어어스와 같은 공유주거 설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때 너무 거장이 만들 것 같은 ‘작품’을 만들려고 하면, 작품과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잖아요. 프로젝트는 멋들어진데 직접 살거나 머물 수 없는 공간을 만들면, 스스로 자꾸만 나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만드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건 결국 현실과 나의 괴리감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설계할 때 꼭 ‘나’에서 시작하는 식의 접근으로 풀어갔으면 좋겠습니다.






<2부: 현재>

soa : 선랩건축사사무소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된 건축사 사무소입니다. 건축이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만큼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으로 건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현승헌 : 사실 매 순간이 한계의 연속이에요. 한국에서 건축사 사무소를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기엔 구조적 제약이 많습니다. 건축이 문화적이고 환경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하는 작업은 그 의미가 구체적인 결과물로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계점과 문제가 있다는 건, 해결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건축의 과정 자체가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도면이나 사진으로만 평가받는게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히고 고민하는 과정,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건축의 힘이에요. 한계도 계속 느끼고 있지만, 그게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은 쉐어어스 커뮤니티 운영 과정에서 파티 진행자를 구하기 힘들었어요. 그때 직접 마이크를 들었던 추억도 있네요. (웃음)




soa : 학교 교육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싶어요. 선배님께서는 건축가이면서 현재 성균관대 건축학과 4학년 스튜디오를 지도하고 계십니다. 학생으로서 저희가 느끼기엔 지금의 커리큘럼 안에서 학생들이 건축가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요. 대부분은 ‘컨셉을 세우고 구체화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지는데 학생들이 이런 교육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현승헌 : 예민한 질문이네요. (웃음) 그래도 올바른 지적이에요.

사실 지금 커리큘럼은 우리 때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여전히 설계 스튜디오는 컨셉에 기반한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죠. 저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컨셉 이상의, ‘환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결국 ‘환경을 만드는 일’ 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단순히 친환경, 생태 건축 같이 특정 분야에 국한된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물리적·사회적 환경 전체를 뜻하죠. 결국 건축은 그 환경들을 더 균질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업한다면, 커리큘럼을 넘어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더 큰 고민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oa : 선배님의 쉐어어스 또한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soa : 사실 건축학과를 졸업하는 모두가, 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학부를 졸업하고 조금 더 주체적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학교는 소위 ‘탈건’이라고 말하는 방향을 부정하는 느낌입니다. 들어야 할 전공과목은 정해져 있고 설계 스튜디오와 병행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건축 설계 외 다른 공부를 해 볼 기회도 많지 않은 것 같고요. 교수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승헌 : 중요한 얘기죠. 근데 이게 자칫 잘못 말하면 옛날 사람이 돼버리는데 (웃음)

일단 커리큘럼 관점에서 보면, 사실 건축의 거장 르꼬르뷔지에가 환생해서 지금의 건축 교육을 선언한다고 해도 그게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결국 시대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고 하나의 방향으로만 줄을 세워버리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말입니다. 건축도 다양한 관점으로 열려 있어야 하죠. 학교가 모든 걸 다 해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돼요. 궁금한 게 있으면 더 알아봐야죠. 요즘 정보나 지식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잖아요.

설계 스튜디오든, 전공 과목이든, 결국 학생 스스로가 관점을 갖고 움직일 때 의미가 생깁니다. 저는 그래서 딴 짓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가거나, 대외활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이런 모든 행위가 결국 건축적 감각을 쌓는 과정이라고 봐요.




soa : 지금 저희가 하는 인터뷰 또한 딴 짓의 일종일 수 있겠네요.

현승헌 : 맞아요. 본인의 관점이라는게, 학교 다닐 때 생기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런 딴 짓의 경험을 하면 생각이 쌓이게 되고, 그게 곧 관점이 되는거죠. 꼭 이게 건축이 아니어도 돼요.

soa : 딴 짓에 힘이 되는 조언 감사합니다. (웃음)






<3부: 미래>

soa : 다음은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쉐어어스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서, 정말 현장감 넘치는, 하드워커의 작업들이 느껴졌는데요.

현승헌 : 그런 작업들을 했었지요. 지금은 휴식기지만 (웃음)

soa : 네 그러면, 휴식기가 끝나고도 비슷한 결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쉐어어스 이후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승헌 : 최근에는 제 딸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제 11살인데, 9년쯤 후에는 혼자 자취를 하겠죠. 그때 아이가 살게 될 ‘빌려사는 집’을 어떻게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사실 대부분의 임대 주택은 건축주가 돈을 벌기 위한 구조로 공급되잖아요. 그 속에서 사용자는 좋은 환경을 누리기 어렵죠. 빌려사는 집이더라도 단순 공급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양질의 주거 모델을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좋은 사례들이 축적되도록 하고 싶어요.

쉐어어스를 포함해 여러 주거 프로젝트들을 마무리하면 지역 단위의 실험들도 해보고 싶습니다. 빈집 활용, 공공 매입 임대주택 프로그램과 연계된 실험 정도가 되겠네요. 또 한 곳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생활 거점을 이어가며 머무를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주도 출신이라 지역성과도 연결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soa : 앞으로의 건축 활동을 이끌어갈 개인적인 태도나 방향성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현승헌 :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서, 그걸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격차나 어려움은 항상 있겠죠. 하지만 그건 오히려 에너지가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건축을 통해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길을 가고 싶어요. 경쟁률이 없는 길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4부: 쉐어어스>

쉐어어스 신림

soa : 이제 선배님의 작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soa : <쉐어어스>는 2024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으셨던 대표작입니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직접 기획부터 시공, 운영하고 계신데요, <쉐어어스>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현승헌 : 세 글자로 정리하면 ‘절실함’이에요.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도 있지만, 뭐 솔직하게는 대출까지 받았으니 돈을 갚아야 되는 부분도 있고. (웃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에서 끝까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절실함으로 버틴 것 같아요. 결국 이 절실함 덕분에 상도 받았네요.




soa : 그렇다면 약 10년 동안 <쉐어어스>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현승헌 : 사용자들이 “공간이 좋아요”라고 직접 말해줄 때도 뿌듯하지만, 사실은 말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친구는 쉐어어스에서 8년이나 살다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처음에는 같이 사는 것이 불편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공간에서는 오래 살 수 있겠다’라고 느낀게 아닐까요? 쉐어어스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원룸이나 하숙처럼 비슷한 형태의 빌려사는 주거공간에서 이미 오랜 기간 살았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용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soa : 쉐어어스에서 공유 공간을 설계할 때,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공간에 담기 위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셨나요?

현승헌 : 저희가 고민했던 건 선택 가능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3명이 함께 쓰는 작은 주방이 있고, 그 위로는 더 큰 단위의 공유 공간이 있고, 또 바깥으로 나가면 지역 주민과도 연결되는 공간이 있어요. 이렇게 단계적으로 유닛과 유닛이 연결되면서, 관계의 스케일이 달라지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관계를 강제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나가서 쓰든, 안 쓰든,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개인의 흐름이 곧 장소의 의미가 되고, 그게 쉐어어스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클로징>

soa : 지금까지 선배님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쉐어어스 이야기까지 들어보았습니다. 선배님의 뚝심과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soa :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현승헌 : 결국 중요한 건 관점을 갖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의미를 찾고, 그걸 건축적으로 풀어내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이자 보람입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관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credit

인터뷰/편집
위진아 Jinah Wi
장소희 Sohee Jang
정호준 Hoju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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