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우와 끝이다>
끝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다. 근데 이번 건 도대체 끝나지가 않았다. 회의는 또다른 회의를 불러오고 시공은 끝없는 실패의 반복이었다. 일정이 벅찬 것 보다도 모두 이 과정이 힘들거 다 알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더 몰아치는 과정에 지쳤다는 점이다. 한학기 내내 각자 설계수업도 들으면서 매주 공모전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건축학도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정도의 일정에 모든 학교가 발맞춰 갔기 때문에 그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은 훌륭했지만, 그 안에서 겪은 일들은 아마 당사자들 만이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회의 때 마다 들었던 건축가들의 강의는 아직도 기억에 남고, 실패 속에서도 계속 해결책을 강구해나갔던 팀원들의 모습이 생생하다. 드디어 모든 게 끝난 지금, 무엇이 아쉬웠고 또 우리를 그렇게 괴롭혔는지 한번 되돌아보려고 한다.

왼쪽부터 1, 2, 3차 그리고 최종 발표까지
건축학과는 기호가 분명한 친구들의 모임이 맞는가보다. 초반에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의견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의견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조를 짰다. 그러면 각 조들은 다음 모임까지 발전안을 가져와 투표로 하나의 안을 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투표는 항상 미세한 차이로 갈렸고, 결국 큰 방향만 정한 채 다시 각 조로 나뉘곤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정으로 다른 의견들 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여러명의 의견을 모두 담으려고 마음먹은 순간 흘러가는 시간은 배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자 디자인은 계속 정해지지 않은 채 오히려 각자의 의견이 조금씩 남게 되었다. 큰 흐름이 통일되어도 각자가 생각하는 파빌리온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져 버린 것이다. 마감이 가까워지자 어쨌든 의견이 하나로 통일되어야 했고, 그제서야 각자의 의견은 빠르게 정리 되었다. 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다른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법이다. 물론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자는 취지에서 끝없이 의견을 내어 수정해왔던 것은 맞다. 그러나 개개인의 의견을 완벽하게 전체의 의견으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모두의 의견을 담으려는 이상은 계획에 맞춰서 진행되어야 하는 현실과 계속해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초반에 어느 정도 변하지 않는 확실한 디자인을 정하는 데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더라면, 전체적인 진행을 위해 각자의 의견을 내려 놓기도 더 수월 했을 것 같다.
그럼 서로 생각이 다른 만큼 회의 때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각자가 원하는 바를 조금 더 통일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우아우스가 여러 학년이 같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물론 모두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사실상 모든 학년이 다 모인 적이 시공 전까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항상 명쾌한 해결책 없이 끝나버리는 토론에 지쳐버리곤 했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경험이 더 많으니 주도하는 축에 속하지만, 후배들의 의견을 항상 귀담아 들어야 했다. 후배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례조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더 구체화시키면서 선배들 눈치도 눈치대로 봐야했다. 이렇게 서로 어설프게 겉돌다가 낭비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던 것 같다. 바랬던 모습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회의였지만 개인적인 일정들로 인해 치우쳐버린 역할의 무게는 결코 이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서로에 대해 친분이 많이 없었던 점인 것 같다. 애초에 너무 ‘공모전’ 이라는 목적으로만 꾸려진 팀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으로 일적인 면에서 차질이 생기면 오히려 아무말도 못하고 감정만 상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우스갯소리로 다같이 회식을 한번 하자는 얘기가 종종 나왔었다. 명쾌한 해결책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제일 앞서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서로에 대해 신뢰도가 더 쌓였을 것이고 그만큼 우아우스를 더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내가 이래저래 판단 할 일이 아니다. 나부터가 항상 바뀌는 디자인에 가담했고, 회의 때 그렇게 말이 많은 편도 아니었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회의를 못간 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꿋꿋하게 쓰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의 경험들을 기록해 놓으면 그 다음 우아우스 팀은 더 좋은 방법을 찾을 것이고, 또 그 다음 우아우스 팀은 조금 더 순탄하게 진행 할 수 있지 않을까? 원체 생각하는 게 달라도 큰 줄기를 초반에 구체화시켜서 의견 차이를 줄이고, 일할 땐 일을 하더라도 때론 고민도 터놓고 놀면서 가까워졌다면 무엇보다도 이 만남을 더 소중하게 여겼을 것이다. 모두에게 우아우스가 1순위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 앞에 닥칠 더 어렵고 더 힘든 수많은 활동들을 맞이하기 앞서 이번 우아우스가 제일 먼저 떠올랐으면 하는 바램이다. 당시에 일어났던 일들을 각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생각해보고,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방향을 찾았던 그 열정을 다시 상기시킬 때 이 글을 한번씩 꺼내보았으면 한다. 같이 고생하며 쌓인 정은 꽤 오래 갈 듯 하다. 그래서 핸드폰 앨범 속 남아있는 추억들을 살며시 꺼내보며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앞으로 이어질 모든 팀들이 우아우스를 하면서 더 많이 배워가고 더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가길 바라며, 그리고 전국 모든 건축학도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응원하며 <우아한 우아우스 탐방기>는 이제 막을 내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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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사진들은 지극히 악의적인 편집에 의해 각색되었습니다. 모두 사실과 무관함을 인지하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찍히는 유형 1 : ‘회피’형
이들의 손은 눈보다 빠르다

사진 찍히는 유형 2 : ‘여어~’형과 ‘브이’형
카메라 앞이라면 모든 일을 잠시 멈추고 반갑게 맞이한다

사진 찍히는 유형 3 : ‘건축가’형
‘그’는 절대 카메라를 보지 않는다

마음…아니 사진 찢…….찍히는 유형 4 : ‘절규’형
지금 사진이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

사진 찍히는 유형 5 : ‘컨셉’형
날 보자마자 한 10초는 저러고 가만히 있길래 찍어줬다

사진 찍히는 유형 6 : ‘리셋’형
이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사진 찍히는 유형 7 : ‘브이’형
역시나 자연스러운 포즈를 보여주는 와중에 ‘회피’형은 이름값을 한다

사진 찍히는 유형 8 : ‘열일’형
어떤 친구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사진 찍(히)는 유형 9 : ‘몰카’형
아무리 카메라가 꽁꽁 숨겨놔도 ‘그’는 아무래도 눈치챈 것 같다.

사진 찍히는 유형 10 : ‘멋쟁이’형
동네에 공놀이 좀 한다는 형이 잠깐 마실 나왔다.

사진 찍히는 유형 11 : ‘안방’형
지붕 밑이라면 다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진 찍히는 유형 12 : ‘갬성’형
공에 불이 켜지기가 무섭게 카메라맨을 붙잡고 갬성사진을 찍으라고 협박했다.
카메라맨은 살기 위해 공에 포커스를 맞췄다.

사진 찍히는 유형 13 : ‘도마뱀’형
어디서 본건 많아서 열심히 따라하는 중이다
물론 폴로 모자를 쓴 건축가 선생이 다 가려서 망했다

사진 찍히는 유형 14 : ‘감동’형
감동을 위해서라면 옆집에 하는 낙서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진 찍히는 유형 15 : ‘아이돌’형
그녀가 마이크를 잡으면 랩을 멈추질 않는다.
은퇴가 시급하다.
Content Editor
장현오 Hyunoh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