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우아함 뒤에 숨은 반전>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우아우스 전시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강 뚝섬 유원지의 둥근 부지 곳곳에는 각 학교를 대표하는 파빌리온이 세워졌습니다. 시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그들만의 생각과 접근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을 제시합니다. 봄기운이 무르익은 한강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은 꿋꿋이 서있는 전시물들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며 너도나도 돗자리 펼 곳을 모색합니다. 정적인 전시와 붐비는 사람들의 묘한 대비는 시간대별로도 각기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해질녘 붉은 하늘아래에서 파빌리온에 드리워진 명암은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대변한다는 듯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밤이 되면 하나 둘씩 품고 있던 조그마한 빛들을 꺼내 보이며 공원을 함께 비추어 줍니다. 저 멀리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아른거리는 조명들은 한강의 밤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시한 해피 엔딩으로 감상을 끝내기엔 아직 전시를 반도 못 즐기셨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부터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관점으로 전시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꿀팁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관점 1 : 다른 전시와는 다르다! 이래 봬도 건축전시야.

저도 성균관대 팀으로 참가하였고, 워크샵 이후 약 3달 동안 여러 회의들도 거치고 모형들을 제작하였습니다. 저희 학교 뿐만이 아닙니다. 학교들은 각자의 주제에 부합하는 파빌리온을 만들기 위해 바쁜 학기 중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보러 온 타과 친구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알겠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반응이나 심지어는 ‘몇몇 파빌리온 말고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라는 평가까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옷걸이나 선반의 형식으로 직접적인 의도가 드러난 패션 마켓 같은 경우 사용방법이 익숙하기 때문에 접근이 쉬웠지만, 직접 음식이 진열되지 않은 푸드 마켓의 경우 패널을 보지 않고서는 의도가 불명확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시에서 건축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다양합니다. 무거우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고, 가벼우면 한없이 가벼워 질 수 있습니다. 즉 추상과 실용 사이에서 얼마나 타협을 보느냐에 따라 보통 전시의 전체적인 방향이 결정되곤 합니다. 이과계열의 전문분야들에 비해 건축이 갖는 스펙트럼은 이만큼이나 더 넓다고 생각합니다. 우아우스는 보통 큰 주제를 하나 던져주고 전시 방식에 대해서는 큰 제약을 두지 않기에 얼마나 추상적으로 갈지 실용적으로 갈지는 전적으로 각 학교들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다른 전시들과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눈에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 생각의 과정을 한번 유추해보고 너무나도 직관적이라면 거기에 맞춰 직접 체험해보면서 건축이라는 학문이 취할 수 있는 깊이의 차이를 느껴보는 자유로운 관람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겁니다.

관점 2 : 우리들의 노고를 알아줘! 디테일을 보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거닐다 보면 가끔 이런 그림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수많은 색을 가진 점들이 일정한 배치로 모여 묘사되는 ‘점묘화’라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은 한발짝씩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그 구성 요소들이 분해되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파빌리온들이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식되지만,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이를 가능케 하는 수많은 디테일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디테일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조인트입니다. 다시 점묘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점’이라는 요소에 집중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림이라는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점들은 다양한 색을 가지지만, 같은 크기를 가지는 점들이라는 데서 적절한 일관성을 가집니다. 조인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역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리지 않는 재료의 선택입니다. 5월의 한강이라는 시간적 지리적 특성상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햇빛이 쨍쨍하기도 합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거리거나 비에 쫄딱 맞은 파빌리온들은 그들의 대선배인 자벌레만이 이해한다는 듯 묵묵히 그들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인트는 여느 건물처럼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도 튼튼하게 유지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즉 각 학교들은 다양한 외부적 요인에도 강하고, 전체적인 재료들과 어느 정도 맥락이 비슷한 재료로 무너지지 않는 구조의 결합방식을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1대1 스케일로 무언가 만들 때에는 보통 굉장한 노력이 들어갑니다. 또 규모가 어떻던 간에 보통 DIY라고 칭하는 일련의 행위들은 완성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합니다. 전시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들어간 조인트 부분들을 가까이서 보고 그 역할과 의도를 생각하면서 전시를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무언가가 실생활에 쓰이기까지는 많은 변화가 있고, 이번 전시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적용되는 해결방식을 다소 표면적이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건축이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하면서도 때로는 난해한 학문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는 덤입니다.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우아우스가 건축을 하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방문객들에게도 긴 여운이 남는 영화 같은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우아우스를 하며 아쉬웠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주말 날씨도 좋은데 한강 뚝섬으로 나들이 어때요?

글·사진
Content Editor
장현오 Hyunoh 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