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이걸 왜 만들고 있는거지?’
새벽3시, 피지컬 모델을 만들다가 문득 든 생각에 칼질을 멈추었다.
저학년, 특히 2학년때 우리는 모형을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정신은 반쯤 날아간 채 30도 칼과 손끝만 바라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있으며, 가끔 어떤 설계실에서는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studies 칼럼에서는 저학년의 마감기간을 맞아 4편에 걸쳐 건축 모형을 만드는 의미와 그 역사에 대해서 소개하고 에디터들의 경험으로 얻은 모형을 만드는 팁들을 알리고자 한다.

건축가가 아이디어나 개념을 형상화하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다양하다. 평면이나 단면과 같은 도면, 다이어그램, 이미지나 투시도, 모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건축가들은 본인의 사고를 검토하고 표현한다. 그 중 모형은 가장 직관적으로 특정 공간감괴 형태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글에서는 여러 사례를 통해 모델 제작에 대한 여러 건축가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1. Herzog and de Meuron – Prada Aoyama project 2002


위 이미지는 하나의 형태를 다양한 재료로 만든 모형을 보여준다. 12개의 모형은 재료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지각하는지 연구하고자 만들어졌다.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프라다 건물의 형태는 고정하고 재료만 변경하면서 여러 대안들을 생성해냈다. 단지 재료를 몇 번 접어보는 과정을 통해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재료의 물성이 형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있는 실험이었다.
2. Peter Zumthor / Kolumbar museum 2012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는 장인정신과 물건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중요시 여긴다. 줌터는 설계과정에서 종종 스케일과 공간의 감각을 인지하기 위해 큰 규모의 모형을 사용하여 공간의 분위기 및 재료의 물성을 확인한다. 위 사진은 재료가 다른 방식으로 구축된 곳의 공간감을 확인하기 위해 큰 스케일의 모형을 만들고 아래에 스툴과 계단을 두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3. Bjarke Ingels Group / LEGO Tower 2007

뉴욕에서 열린 BIG CITY 전시회에서 BIG는 ‘레고 타워’ 프로젝트의 1:50 스케일 모형을 레고로 만들어 선보였다. 레고 타워는 4개의 유리 벽과 잔디 지붕으로 구성된 모듈식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이며, 호텔, 소매점, 주거 공간이 완전히 통합된 도시 공간이다. BIG는 다양한 용도가 통합된 형태를 레고로 만들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모델을 만드는 재료의 형식, ‘레고’로 인해 건축가가 생각을 할 때 정확하게 규격화된 단위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픽셀화되고 분절된 단위 유닛들을 쌓는 방식으로 건물을 디자인 했기 때문에 건물의 개념을 보여주는 적합한 재료 표현이 레고가 되었을 것이다. 친숙한 재료를 사용하였기에 건축에 문외한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4. Chirstian Kerez – House with one wall


크리스틴 케레즈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구조를 창안해내는 건축가이다.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 그에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이는 그의 구조 모형에서 그대로 보여진다. 새로운 구조는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모형 제작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예를들어 <House with one wall>은 단일한 철근 콘크리트벽이 모듈이 되어서 집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도의 구조적 안정성을 시험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구조 모형을 만들었다. 여기서 옛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 모델이 선다면, 대부분 건축물도 선다.
5. SANAA – Experiment on Human scale


공간감을 실험하기 위해 사나는 지하에 1:1로 평면을 그리고 치수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는 사나가 재정적으로 부족했던 시기, 간단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휴먼 스케일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건축 모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작업이지만, 사나가 중요시하게 여기는 휴먼 스케일이라는 영역을 단순 직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원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모델이 만들어지기보단 건축을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의 도구나 검증방법으로서 모델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개념이나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서 선택된 재료와 모형 제작 방법은 설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또한 설계 또는 스터디 과정에서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확인하는 수단으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모형이 최종 결과물로써 타인에게 프로젝트를 멋지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건축의 역사에서 모형은 설계 과정의 일부로 중대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How do we make models? part.1에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source
“Architects do it with models: the history of architecture in 16 models” The Architectural Review. 24 Feburary 2014 by Jon Astbury
“Kolumba Museum / Peter Zumthor” 06 Aug 2010. ArchDaily. Accessed 2 Dec 2023.
“LEGO Towers by Bjarke Ingels Group” 10 September 2007. dezeen. Marcus Fairs
“House with One Wall / Christian Kerez” 23 May 2020. ArchDaily. Accessed 2 Dec 2023.
KAZUYO SEJIMA RYUE NISHIZAWA SANAA 1987-2005 VOL1
https://hicarquitectura.com/2023/02/christian-kerez-house-with-one-wall/
건축가의 언어 26 / 안드레아 시미치, 발 워크 p.26-31
credit
글/편집
skkusoa ‘S‘tudy
이현아 Lee Hy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