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introduction
감옥은 규율 사회의 가장 극단적이고 최종적인 산물(이규현,84)이다. 그리고 교정을 위한 방법은 ‘감금’ 과 ‘통제’였다. 오늘날의 교정시설은 박탈을 위한 장치로서 작동되고 있다. 높은 담장과 벽, 철문으로 사회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을뿐더러 재소자들은 공간간 이동도 제약을 받는다. 물리적인 요소로 인한 박탈 뿐만 아니라 재소자들은 재소자들간의 관계도 규율과 통제로 박탈당한다. 이러한 박탈들은 수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소외와 불안감을 가져오게 성공적인 교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게다가 국내의 교정시설은 ‘시설의 노후화, 대형 시설규모, 획일적 건축계획, 높은 혼거 수용 비율의 과밀현상’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시대는 계속 변해왔지만 그 공간구조와 메커니즘은 바뀌지 않았다.
“1960년대의 유령은 호명됐고 정체를 드러냈다. 그러니 도래한, 도래하고 있는 건축의 다음 세대들이여, 응답하라.”
–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읽는 다섯 가지 방식, space 608호, 박세미 기자
21세기의 교정시설은 이제 새롭게 대두되는 교정이념에 대답을 해야 할 차례이다.
교정이념 correction ideology

“원래 주체화(subjectivation)라는 용어에는 예속화의 의미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실제로 개인의 사회화는 이 양자를 포괄하는데, 흔히는 문화와 환경 때문에 예속화가 우세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규율 사회와 규격화 권력의 사회 통제는 어떤 방식으로건 심각한 예속화를 초래한다.
개인은 주체화와 예속화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주체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누가 교정의 주체여야 하는가? … 말기의 푸코로부터 어렴풋이 들려오는 대답은 재소자가 교정의 주체여야 한다는 것, 재소자는 교정시설의 주인으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 모든 교정 활동은 재소자의 자기–교정(auto-correction)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현, 미셀 푸코와 교정의 만남: <감시와 처벌>을 중심으로, 94
“… 그리고 이것은 개인 모두를 유사하거나 혹은 적어도 비교 가능하고 양립 가능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사실상 전면적인 획일화는 도달 불가능한 것이다. 요컨대 개인은 공통 규범에 기준해 평가된다 할지라도 때로는 환원 불가능한 특수성, 차이성을 유지하고 있다.”
-디디에 오타비아니, <미셸 푸코의 휴머니즘>, 99
여전히 개인은 남성과 여성, 노인과 아이라는 영역을 초월한 존재이며 사회는 그 차이들로 형성된다. 앞으로의 교정은 그 개념을 확장하여 ‘차이’들을 포함해야 하며 그 둘의 조화와 균형을 꾀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결국 재소자가 교정의 주체로서 교정시설의 주인이 되어, 교정직원은 재소자의 교정을 뒤에서 돕는 역할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요된 교정에서 자발적인 자기-교정만이 진정한 사회화로서 교정이 실현될 것이다.
기존 교정시설의 보안체제와 교정체제는 국가의 독점으로 획일적인 생산방식에 의존하였다. 무기와 보안장비를 통한 계호, 징벌의 집행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며 보안재 생산을 저해하고 있으며 형식적인 교정재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높은 가격과 동시에 낮은 품질”의 보안재와 교정재의 생산을 가져왔다.(천정환, 48)

따라서 앞으로의 교정이념은 보안재와 교정재를 일종의 서비스라는 인식을 통해서 민주성, 생산성, 회복적 사법이념의 관점에서의 ‘생산’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정 보안서비스가 “교도관과 수용자인 클라이언트가 협동적으로 생산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천정환,49) 수용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현명한 소비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고품질의 교정재를 생산하여야 할 것이고 질서유지의 단편적인 보안재에서 벗어나 “개별적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다품종 소량식의 보안재”가 생산되어야 할 것이다. (천정환, 50) 자발적 참여로서 일어나는 ‘생산’은 회복적이고 질좋은 교정-교육을 가져다 줄 것이다. 교정직원은 수감자를 고객(클라이언트)으로 보며 협동적인 교류를 통해 계속해서 피드백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생각을 미학적인 태도로 보거나 자기로의 후퇴와 같은 일종의 개인주의로 해석하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고대 전통에서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관심은 미학적인 태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 대한 윤리적 탐색에 속하는 것이었다. … 이것은 공동체 안에서만 실현될 수 있는 영혼의 치료와 같은 것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자기와의 진정한 관계는 타인의 개입 없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디디에 오탑아니, <미셸 푸코의 휴머니즘>, 131

환경은 끊임없는 삼투현상이 일어난다. 그와 동시에 이곳에서도 재소자와 재소자, 재소자와 교도관, 재소자와 지역주민의 끊임없는 상호교환이 일어난다. 각자는 ‘따로 또 따로’가 아닌 ‘따로 또 같이’이다. 총체적인 시스템은 바로 이런 관계들로서 작동된다. 동일성에서 벗어나 분류처우와 개별처우와 교정프로그램의 맞춤형 생산은 교정시설을 하나의 환경으로서 작동시킬 것이다.
“… 첫 째로 봄의 활동에서는 그 활동의 주체와 객체가 명확히 분리된다. 보는 자는 보는 활동의 주체이며, 보이는 자는 그 활동의 객체이다. … 다시 말해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는 단순히 평등하게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존재의 차원 자체가 불평등하고 비대칭적이며 더 나아가 단절적으로 다르다. … 이처럼 그 둘은 봄을 통해서는 결코 인격적으로 만날 수가 없다.”
-김상봉, 고명섭, <만남의 철학>,195

재소자와 재소자, 교도관(교정직원)과 재소자의 관계는 ‘봄’의 관계가 아닌 보다 더 적극적인 스킨쉽으로서 ‘말함’과 ‘들음’의 행위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교정시설은 범죄자들이 모인, 사회에 복귀하기 위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사회에 격리된 특수한 사회이다. 하지만 그 ‘특수한’사회도 결국은 사람들이 모이고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 ‘사회’이기도 하다. 기존의 교정시설은 범죄 네트워크의 형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분절된 개인들의 집합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규율과 감시라는 방법으로 그들을 통제하였고 교도소는 그들을 공간에 끊임없이 분할시키는 기술을 실현시켜주었다. 회복과 치유의 공간으로서, 협력적 주체로서 보안재와 교정재를 생산하는 클라이언트로서, 자기-교정을 통한 교정의 주체로서, 환경 속 인간으로서, 사회와 끊임없이 관계맺는 또 다른 사회로서의 교정이념은 더 이상 ‘봄’의 관계보다는 ‘말함’과 ‘들음’의 관계로서 실현되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수직적인 단절에서 ‘너를 향한 수평적 건너감’인 것이다.

형밀행주의는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보호하며 재소자를 가급적 외부사회와 격리시켰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사회가 한 도시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을까? 재소자는 외부 사회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와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종교단체, 시민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교류는 이미 교정의 효과가 검증된 바, 효과적인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과감하게 도시 속 교정시설을 제안한다.
주체적 보안재와 교정재의 생산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재소자들의 자발적 보안과 교정의 생산은 교도관들의 보안의 부담을 줄이고 역할의 범위를 교정과 지역사회의 치안과 지역프로그램과의 연계로 초점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교정 프로그램의 범위는 교정시설의 테두리 바깥까지 확장되어 교정시설이 독립된 섬이 아니라 파트너쉽을 통해 지역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는 시설로 확장될 것이다.
디자인 design
교정시설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감시와 수용동이 위치해있다. 이것은 재소자들을 사화로부터 격리시킨 결과이다. 심지어 3세대의 교정시설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인은 이러한 ‘공간구조를 역전(invert)’시키면서 시작된다. 금기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온 재소자들의 수용동은 과감히 외곽으로 빠져 주변과 면하게 된다. 이때 가장 공간의 깊이가 깊었던 곳은 더 이상 감시의 영역이 아닌 오히려 더 밝고 투명한 공간으로 바뀐다. 이곳은 앞서 설정한 교정이념인 ‘계호 중심의 풍경이 아닌 주체적이고 수평적인 교화의 풍경’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이곳은 ‘교정correction facility’ 속 새로운 ‘교정campus’시설이다.

결론 conclusion
교정교정은 현대 교정시설이 제공하는 교정 내지는 교화의 기능을 일종의 공공서비스로 이해함으로써,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지금의 ‘고밀’이라는 이슈를 다시 바라보고- 교정시설이 도시 환경에서 지역사회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정시설은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계호 및 보안의 효율성을 위해 다소 건조하고 경직된 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계획에 있어서 도전적인 시도나 차별성을 견지하기 보다는, 교정시설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사회와 국가에 왜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가 납득하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리서치 과정에서 수용자의 인권이나 처우 개선의 당위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초기 계획단계에서는 ’21세기 한국 교정시설’이 당면한 고밀의 이슈를 수용자의 처우 등급에 따른 교정 서비스 공급의 효율성 문제로 이해하고 이를 극단으로 끌고 가는 작업이었다. 고밀의 고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일말의 여지가 있는 빈 공간들이었다. 이 지점에서 ‘캠퍼스CAMPUS’ 라는 개념을 제안하게 되었다.

결국 지금 교정 프로그램의 한계는 수용자들 개개인의 특성을 배제한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제안은 낮은 처우 등급의 수용자와 특수한 수용자에게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교정 프로그램들을 밀도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반대로 높은 처우 등급의 수용자에게는 ‘자가 교정’을 위한 캠퍼스CAMPUS 환경을 제공한다. 각자 특성과 동기에 맞는 교정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도록 함으로써, 스스로가 교정 서비스의 공급자-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하여 재원 분배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제안하고자 하는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결국은 사용자의 수요에 관한 이야기다. 다만 법무부에서 기대하는 교도관과 수용자 간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고민했던 부분은, 교정시설에 있어서 사용자끼리 만나는 아주 제한적인 지점들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교정시설의 본질적인 비전은 교정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을 때의 교정시설의 역할을 고민해야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credit
교정교정(矯正校庭)
CORRECTION CAMPUS
김선환 Sunhwan Kim + 류제헌 Jeheon Rhyoo
2018 법무부 교정시설 공모전 입상작
2018 Correction Facility Competition 5th Prize Winning Proposal
by Ministry of Justice Korea Correction Service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