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성균건축전을 마치며
2019 졸업전시준비위원회
작년 초 3월 졸업전시준비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부 시절 할 수 있는 기획의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개인적 친분이 있는, 졸준위를 역임했던 인맥들의 제안과 조언에 대한 수용의 느낌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겪은 지난 몇 해간의 경험도 작용했다. 지난 수 년간 성균건축전이 많은 부분들에 있어 발전을 이뤘다는 생각이 있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의 덧칠로, 켜를 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맥을 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평소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은 아닌 듯 하다. 보통 한 학기 스튜디오가 시작되면 호기롭게 ‘3월_01주차’라는 폴더를 만들고, 대지분석이라든가 레퍼런스 자료라든가를 모으기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4월, 5월의 폴더가 드문드문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졸준위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졸업설계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했기에 졸준위 일은 그때그때를 모면하는 방식으로 넘겨버렸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일이 무지 쌓여있었다.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을 전시팀원들에게 미안했다. 또, 밀도 있는 레퍼런스로 작용해야 할 인수인계 자료가 탄탄치 않아 고생스러울 올해의 졸준위에게도 미리 사과하고 싶다.
클리셰 Cliche
우선 다수 작업의 선택지에서, 기존 건축전들이 이어온 클리셰들을 지우자는 공감대가 모였다. 예를 들면 가로 혹은 세로로 긴 패널이나, 패널과 모형을 하나의 세트로 배치한다던가, 스튜디오별 섹션 같은 것들 말이다. 기존 전시시스템이 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악영향을 끼쳤다거하 나는 이유는 아니었고, 단지 예술의 전당이나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일반 전시처럼 꾸미고 싶다는 바램이 다들 있었다. 친분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도 최대한 많이들 보고 갔으면 싶었고, 그에 대한 방향성으로 기존 건축전의 형태가 아닌 일반 전시의 폼과 무드를 좇자는 것이었다. 그 기저에는 5년간 고생했던 시간들을 많은 전시관람객들의 참여로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다들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포토월이라든가 전시서문이라든가 하는 컨텐츠들을 전시장의 중심공간에 계획해야겠다(일반전시의 인트로처럼?)는 어렴풋한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클리셰를 지우고, 다시 클리셰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덕분에 다른 해의 성균건축전에 비해 시트지 컷팅을 유난히 많이 사용했고, 설치 철거 과정이 배로 고생스러웠을 거라 예상한다…(전시 이후에도 팀원들의 시트지 노이로제가 계속됐다는 후문이다)
전시의 주제 Theme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던 논제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획단계에서 가장 긴 딜레이를 만들었다. 건축이라는 일반인들과 괴리가 있는 컨텐츠를 쉽게 표현하고, 홍보할 수 있는 주제라는 목표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감했지만, 전시에 담길 졸업작품을 하나로 묶어낼 대표성을 띄게끔 해야 한다는 조건에서 해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다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의견이 모아진 시점에, 몇 가지 대안 중 ‘canvas 255’라는 안을 선택하게 됐다. 모두의 출발점은 동일하게 ‘백지’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고, 건축이 전시 참여자 개개인의 생각을 담아주는 ‘캔버스’로 작용했다는 의미도 내포했다. 적합한 주제인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 들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한들 더 좋은 안을 떠올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건 주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고, 나머지 다른 스텝에 더 시간을 쏟자는 방향이었다.
‘canvas 255’라는 주제는 포스터에서 크게 힘을 발휘했다는 생각이다. 주제에 대한 아쉬움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던 시점에 포스터 시안이 나왔다. 나무 프레임에 캔버스 천이 떨어져 휘날리는 영상 형태의 포스터였다. 전시회 전 몇 주간과 전시회 일주일간, 학부생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포스터 영상이 계속해서 휘날렸다. 바이럴 마케팅에 최적화된 포스터를 만들어준 디자이너에게 박수를 보낸다.
의사결정 과정 Process
이후 전시장의 구획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기존의 스튜디오 별 섹션에서 설계 주제의 성격별 섹션으로 바꿨다. 비슷한 주제의 작품들을 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전시 관람객들의 관람을 더욱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다들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시간, 장소, 가능성이라는 세가지 공통분모로 졸업작품을 분류했고, 세 개의 섹션을 구획했다. 여기다 동문건축사회 섹션만 하나를 추가하는 구성이었다.
기획을 진행하면서 작년의 전시기획팀 선배와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SCI-Arc(Southern California Institute of Architecture) 의 전시를 접할 수 있었다. 섹션 구획에서 가장 많이 참고한 레퍼런스였는데, 거기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왔다. 패널과 모형의 분리라든지, 모형을 섹션의 중심공간에 모아 전시하는 형태라든지 하는 것들에서 전시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모형전시대를 중심공간에 배치하는 형태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고, 최종 시안을 뽑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종 시안으로 의견이 모이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ㅁ’자의 모형전시대 배치를 통해서 가운데에 빈 공간이 생겼고, 거기다 각 섹션별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오브제나 전시에 필요한 전선과 멀티탭을 비롯한 부속품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부분은 전시 참여자의 수가 저조한 해였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때문에 전시 섹션 구획은 이전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고, 쉽게 진행됐다.


오브제는 전시공간의 연속성을 감안해 ‘식재’라는 동일한 물성으로 의견을 모았고, 시간은 ‘고목’, 장소는 ‘꽃’과 ‘열매’, 가능성은 ‘초록’과 ‘싹’의 이미지로 구분을 줬다. 오브제 설정에 작용한 기준은, 첫째로 작품관람이라는 목적성을 저해하지 않게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로 전시의 완성도와 풍성함을 끌어낼 수 있는 완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선택지는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식재를 선택했던 것 같다.

2019 성균건축전에 관한 소고 Conclusion
어떻게 보자면 학부시절 마지막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고, 2019 성균건축전에 대한 글을 부탁 받았다. 내 자신이 느낀 부분에 대해 정리해보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아카이빙에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큰 도움이 되진 못했겠다 싶지만, 단지 이 글을 읽기 위해 skkusoa 페이지에 접속한 누군가들의 건승을 기원하는 마음이다.
성균건축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할 때에도 마찬가지이고, 이후에 현재까지도 수많은 고민들을 하게 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하고, 원하는 만큼에 비해 발전이 더딘 것에 조바심을 느낀다.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그럴수록 더 많고 다양한 활동과 과제에 도전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과정에서 취했던 선택들이 나에게도 그럴 것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도 가장 본인다운 길로 인도할 것임을 믿는다. 어차피 계획했던 대로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여러 가지로 많이 해보고, 고민 많이 하고, 그때그때 의지대로 선택하자는 거다. 고민하다 죽는 거다, 원래. 늙는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이나 관점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거랬다. 우리 모두는 성장의 과정에 있다. 피스.

글
Guest Editor
김강산 Kangsan Kim
2019 졸업준비위원회
김진수 Jinsoo Kim
정세림 Selim Jung
어우진 Woojin Ou
나현수 Hyunsoo Ra
송혜슬 Hyeseul Song
이수빈 Subin Lee
이창주 Changjoo Lee
최원우 Wonwoo Choi
김강산 Kangsan Kim
서기훈 Gihoon Seo
유한슬 Hanseul Yoo
정린희 Reanhee Jeong
정채은 Chae-eun Jeong
한선규 Seon-gyu Han